합리적 지식과 추상화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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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지식과 추상화의 한계

history108 2022. 5. 21. 06:58

합리적 지식은 우리들의 일상 생활 환경에서 대상과 사건을 경험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것을 식별하고 분리, 비교, 측정해 범주화하는 기능을 가진 지성의 영역에 속한다. 지적 분별의 세계가 이뤄지면 그것은 상호 관계로 존재할 수 있는 대립자의 세계다. 불가에서 이런 유형의 지식을 '상대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추상화는 이런 지식의 결적적인 특징이다. 우리 주변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다양한 형상과 구조와 현상들을 낱낱이 고려할 수가 없다. 그것을 비교하고 분류하기 위해선 몇 가지의 두드러진 것만 선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들은 사물들의 일반적인 윤곽으로 간추려진 실재의 지적 지도를 만들게 된다. 추론적 지식이란 추상적 개념들과 상징들의 체계다. 우리들의 사고와 언어 활동의 전형을 이루는 직선적•연속적 구조에 의해 특징된다. 알파벳을 길게 나열하면서 우리의 경험과 사고를 전달하는 대부분 언어에 있어 선적인 구조는 분명히 드러난다.

 반면 자연계는 무한히 다양하고 복잡한 세계다. 직선이나 완전한 적각형은 들어 있지 않다. 사건이 정연한 순서대로 발생하지 않고 모두가 한데 어울려서 일어난다. 현대 물리학이 말해주듯 막막한 우주 공간도 휘어져 있다. 우리가 개념적 사고의 추상적 체계를 갖고 이러한 실재의 세계를 완전히 기술하거나 이해할 수는 없다. 이는 자명한 일이다. 이 세계를 생각하는데 있어 지도 제작자가 휘어진 지구 표면을 평면 지도에 연속으로써 커버하려는 것도 같은 문제다. 이런 처리 방법으로는 실재에 근사한 표상밖에는 기대할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모든 이론적이고 추론적인 지식은 필연적으로 한계를 가진다. 

 이론적 지식은 추정하고 정량하고 분류하고 분석하는 과학을 그 영역으로 삼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얻은 어떤 지식도 현대 과학에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아무리 명료하게 보이는 말이나 개념도 그 모두가 저굥의 범위에 있어선 꼭 어느 한계가 있는 법이다"라고 말했다. 

 개념적 지식의 한계나 상대성을 끊임없이 자각하는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려운 일이다. 실재에 대한 우리의 표상이 실재 그 자체보다 훨씬 파악하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개념들과 상징을 실재처럼 곧잘 혼동한다. 이러한 미혹을 떨처 버리게 하는 일이 동양 신비 사상의 목적 가운데 하나다. 불교의 선사들은 달을 가리키기 위해 손가락이 필요한 것이지, 일단 달을 알아본 다음에는 그 손가락 때문에 마음을 써서야 되겠느냐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