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숙과 삼겹살이 흔했던 우이동 유원지의 상차림이 요즘 몰라보게 달라졌다. 유행과는 담을 쌓았던 이곳에 근래 젊은 감각의 상점이 속속 들어서면서다. 아이러니하게도 변화의 계기는 코로나바이러스였다. 단체 손님을 상대하다 사적 모임 규제, 집합 금지 등 조치로 막대한 손해를 본 우이동 상인들이 하나둘 카페 창업에 나선 것이다.
카페
4대를 이어온 한정식집 ‘옥류헌(현 카페 ‘릴렉스’)’도, 40년 내력의 능이백숙집 ‘청산가든(현 카페 ‘산아래’)’도 그렇게 카페가 됐다. 연수원을 고쳐 대형 베이커리 카페로 거듭난 ‘하이그라운드 제빵소’도 있다. 도심에선 보기 힘든 ‘신상 계곡 뷰’ 카페와 빵집은 MZ세대 사이에서 금세 입소문이 났다. 지난가을에는 주말 하루 가게마다 1000명 이상이 몰려들었단다. 낡은 유원지가 코로나로 답답한 일상을 보냈던 젊은 층의 새로운 아지트로 거듭난 셈이다. 군사정권 시절 정·재계 인사가 은밀히 드나들었던 북한산 도선사 인근의 요정 ‘선운각’도 지난해 한옥 카페로 거듭나며 손님 몰이에 나서고 있다.
파라스파라
우이동의 변화를 상징하는 대표 공간은 사실 거대한 숙박시설이다. 북한산 자락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악명 높은 흉물이 있었다. 건설사의 부도·법정관리로 공사를 멈춘 대형 콘도가 10년 가까이 방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새 주인을 찾아 2년 전 8월 오픈한 것이 우이동 유원지 초입의 ‘파라스파라’다.
14개 동 334개 객실, 야외 수영장 따위를 갖춘 럭셔리 리조트의 등장으로 북한산과 우이동을 즐기는 문화도 사뭇 달라졌다. 김선희 문화해설사는 “등산복 차림의 탐방객 못지않게 쫙 빼입은 나들이객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요약했다. 북한산이 더는 정상 등정만 노리고 찾아오는 산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제는 북한산을 내다보며 노천욕을 할 수 있고, 동동주와 파전이 아니라 파인다이닝과 달콤한 디저트로 산행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
인수봉과 노천탕을 함께 담을 수 있는 루프탑 자쿠지, 북한산을 똑 닮은 ‘북한산 포시즌 케이크(1만5000원)’ 등이 MZ세대 사이에서 소셜 미디어의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
우이동 가족 캠핑장
‘우이동 가족 캠핑장’도 따끈따끈한 핫플레이스다. 강북구가 이태 전 3월 파라스파라 건너편 너른 부지에 31개 동(데크 27개, 글램핑 4개) 규모의 캠핑 시설을 마련했다. 주중·주말 할 것 없이 일반 데크는 3만원, 글램핑 시설은 9만원을 받는다. 가성비 캠핑장으로 입소문인 난 덕에 예약일(매달 10일 오픈)마다 이른바 ‘광클 전쟁’이 벌어진단다. 캠핑장 관계자는 “캠핑용품 없이도 즐길 수 있는 글램핑장의 경우 평일에도 빈자리 찾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
요즘은 북한산우이역(경전철 우이신설선) 앞에 있는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가 ‘산린이(등산+어린이)’와 외국인 등산객을 맞는 허브로 통한다. 등산용품 대여 서비스(외국인 등산객과 외국인 동반 내국인 대상)를 비롯해 샤워실과 탈의실, 짐 보관 등 다양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9월 개관해 어느덧 5000명 가까운 인원이 들었다. 방문객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층이다.
센터에서 맞춤 산행 코스를 짜 줘 초보 등산객에겐 여러모로 얻어갈 게 많다. 꽃피는 봄에는 진달래능선, 가을에는 단풍나무가 울창한 우이령길을 추천하는 식이다.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 김민찬 매니저는 “MZ세대에게는 최고봉인 백운대보다는 30~40분 만에 오를 수 있는 영봉(604m)이 더 인기가 많다”고 귀띔했다. 비교적 힘이 덜 들고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도 건지기 좋아서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