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스무스는 유럽연합(EU) 회원국 간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다. 르네상스 시대 네덜란드의 인문주의자이자 카톨릭 사제인 에라스무스에서 이름을 따왔다. 『우신예찬』의 저자인 그는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을 돌아다니며 공부했고, 인간의 자유의지와 인문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럽 위원회는 1987년 학생들이 다른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며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현재 30개여국 4000개 이상의 교육기관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매년 30만명 안팎의 학생들이 참가해 총 400만명 이상이 혜택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수업료 없이 적어도 3개월 이상 다른 나라에서 공부할 수 있다. 다른 학교에서 받은 학점은 원래 학교에서도 인정한다. 독일·프랑스·스페인 등이 유학지로 인기다.
2014년부터는 타지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장학 프로그램도 도입됐다. 2021~27년 책정된 262억유로(38조원)는 EU의 예산과 기업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2~3개 국가를 돌아다니며 석사 과정을 밟는 에라스무스 문두스 프로그램도 있다. 여기에는 유럽 이외의 국가 학생도 지원할 수 있다. 젊은 시절 다양한 나라 출신의 젊은이들과 교류하며 경험을 쌓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은 ‘에라스무스 세대’라 불리며 범유럽주의를 형성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표적인 에라스무스 세대로 꼽힌다.
동아시아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있었다. 2009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서 대학생 교류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11년 10월 일본 도쿄대에서 서울대, 베이징대, 도쿄대, 하노이대 총장이 모여 ‘베이징, 서울, 도쿄, 하노이’를 뜻하는 ‘베세토하(BESETOHA)’의 대표 대학들이 공동학위제를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역사 교육에 대한 이견과 국가간 갈등 심화로 실효성있는 교류 프로그램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